흩어진 많은 요소들의 연관성을 찾아 모든 미진한 부분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몸 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여기에는 고도의 복잡성이 요구되며 대부분의 사람, 심지어 의사들마저도 그 앞에서는 기가 꺽이기 마련이다.
사실 신체의 아름다운 복잡함은 우리가 번성할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장 깊은 생리학적 수준에서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면 정말 놀랍다.
삶에서 두번의 말라리아를 앓은 사람들이 모두 편두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아메바성 이질을 앓은 많은 사람들이 무사히 회복되었다. 우리의 유전적 성향과 삶의 경험과 기질 그리고 그런 경험들에 대한 반응이 모두 우리 각각의 신체를 이루는 생태계에 기여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신체 생태계에 있는 모든 존재 역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결국 우리를 형성하는 모든 독립체들은 한 번 혹은 여러 번 대체되어왔다. 그런 과정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우리자신이다.
이처럼 역동적으로 살아 있는 복잡다기한 시스템에서 뭔가가 잘못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하나의 알약, 단일한 치료, 단 한번의 비법이 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전체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체적으로 헤아려야 한다.
의사들은 인체의 우글우글한 복잡성에 직면했을 때 간단한 접근 방식을 취하기 위해 불가사의하게도 다음과 같은 경향을 갖게 되었다. 진단이 나왔습니다. 약은 이겁니다. 문제를 한가지로 뚜렷이 좁힐 수 있는 급성 외상 같은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효과가 좋다. 무릎이 까졌을 때 반창고가 제격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사로서 “마침 딱 맞는 약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열망에 우리를 문제의 핵심에 다다르게 할 수 있는 바로 그 증상들을 감출 수도 있다. 그런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려면 환자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들이 상관있는 얘기라고 생각하건 아니건 모두 경청하는게 좋다.
그런 다음에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나는 최근 변비, 근경련, 알레르기 발작, 피로감을 겪고 있는 환자를 만났다. 그는 새로운 의사에게 갈 때마다 새로운 약을 받았다. 그는 클라리틴, 싱굴레어, 플로나즈, 뮤시넥스D, 알레르기와 축농증 처방을 위한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복용하고 있었다.그를 가장 괴롭혔던 많은 증상들은 이 모든 약들의 부작용이었다.
이런 약들은 모두 뿌리가 아닌 가지와 잎들을 치료하고 있을 뿐,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치료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가 장기적으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점점 깊이 병드는 일이었다.